<기고> 1인시위의 자존심 그에게 봄은 오는가

기사입력 2023.03.15 16:45 조회수 372
댓글 0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1인 시위자의 소음피해 해결 방법은 따뜻한 관심과 말한마디 ...

 

올해로 경찰 31년 정년이 4년 남았다. 지구대 순찰경찰, 수사과 형사,교통 조사,정보 형사등 여러과를 경험해 보았다. 이때까지 실무자로 있다가 근속으로 승진하여 올 2월부터 경비계장으로 보직을 받았다.

[크기변환]사본 -차민철.jpg
통영경찰서 경비작전계장 차민철 경감.

 

30대 초반 강도·절도 붙잡는 형사 한다고 1주일에 한 번 집에 들어 갈까말까한 시절에서부터 80건의 서류와 싸운 교통사고 조사시절, 오페수 처리시설 반대하는 동네 주민들의 장기간의 집단반발 집회관리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지만 그때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까마득하다.

이제는 좀 한가한 경비계인줄 알았는데 재난, 대테러, 집회관리 등 여기부서도 업무가 만만찮다.

자랑 같지만 동료에 비해 승진을 빨리 못해서 그렇지 일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는 않았다. 모든 부서를 거치면서 해결 못한 사건이 없었다.

부임 후 부서 집회 담당 직원이 3년 동안 혼자서 1인시위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침마다 확성기를 세게 틀어 소음으로 매일 상가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신고가 들어 온다고 한다. 

계장님 해결 좀 해 보이소? 그래...정부 기조도 그렇고 불법에는 법대로 강력하게 대응해서 소음 측정해서 입건하자고 했더니 1인시위는 소음측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법전을 찾아보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 금지와 관련된 조항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 

또한 1인 시위는 집시법상 집회시위가 아니므로 해산절차의 대상도 아니고 소음측정을 할 수는 있지만 처벌은 불가하다라고 되어 있다.

판례 또한 1인 시의로 인해 불법·폭력이 발생하여 타인의 법익 및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 다만 경범죄처벌법상 인근 소란으로 통고처분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년 동안 시끄럽다고 신고 접수 시 수없이 통고처분을 하고 형법상 업무방해로 고소를 해도 통고처분은 받아도 그만이고 업무방해죄는 처벌할 정도의 공익적 침해는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 생활 30여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없는 자존심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그래서 1인 시위자의 뒷배경부터 알아봤다. 그사람은 통영에서 나고 자란 통영의 형님뻘 되는 사람이었다.

20년 동안 자동차 판매사원으로 비계약직으로 일했는데 대리점주에게 정규직과 같은 조건으로 대우를 요구했으나 일방적으로 해고당하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부는 승소하고 일부는 패소하여 요구 관철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해고직원 5명이 집회시위를 하다가 다른 사람들은 생활고로 인하여 포기했고 자기는 자존심 때문에 점주가 이기나 자기가 이기나 하는 식으로 1인 시위를 하고있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 했다. 일단 이 사람을 만나보자 법률적으로 접근 하기 보다는 어떤 이유로 혼자서 3년 동안 시위를 하는지 연유부터 물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위 현장을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혼자서 스피커를 틀어 놓고 머리띠를 두리고 노동가를 송출하고 있었다.

현장을 보는 순간 나는 시끄럽다는 느낌보다는 3년동안 아침마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측은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다가가서 이번에 발령받아온 경비계장이라고 인사를 하고 수고한다며 그 사람의 손부터 잡아 주었다. 그리고 약 1시간 동안 나에게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내가 오히려 설득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마음의 변화가 생겼는지 스피커 소리를 낮추고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 고맙다고 하면서 오늘은 그만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약간 얼떨떨한 기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경찰관인 내가 오히려 감동 받는 느낌이었다. 

스피커 통을 챙겨 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처량해 보이는지 뛰어가서 밥은 먹었는지 한 끼 대접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쩌면 그는 하소연을 들어 주고 공감만 해주었으면 3년간 해결하지 못한 1인시위가 해결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가는 뒷모습 속에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벚꽃이 감동 먹어 그에게는 터질듯한 미소로 용기를 주고 나에게는 빙긋이 웃는다. 

내일은 그에게 소주 한 잔 하자고 해봐야겠다.

[임규원 기자 dhcolim@gmail.com]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경남통영신문 & www.gt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